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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지식포럼

제목	제작사고,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순 없다.
제작 사고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건설현장의 '무사고 000일'처럼 표어를 써붙이고 제작관리를 하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오죽 좋겠는가마는 사고는 모든 사고가 그런 것처럼 너무도 쉬운 지점에서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는 형태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역설적이지만 난이도가 높을수록 제작 사고가 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제작사고를 없앨 수 없는 획기적인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애거나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앞의 글에서도 약간 언급했지만 제작사고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 내부와 외부의 모든 직원이 한 권의 도서를 진행할 때 같이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그럴듯한 말로 하면 '상호신뢰를 전제로 한 전사적 제작관리'라고나 할까. 이를테면 제 아무리 편집을 미려하게 한다거나 제 아무리 인쇄기계에 달라붙어 제 색깔을 내더라도, 바코드 번호를 잘못 기록한다거나, 필름출력 사이즈가 잘못되었다거나, 표지가 제책기계에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하면 시간과 비용은 들일대로 들이면서도 원하는 제품을 적시에 얻기가 힘들 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출판사의 시장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제작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획-편집-제작-마케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원칙이 있어야함은 물론, 매 과정에서 업무 플로가 물 흐르듯이 흐를 수 있도록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감있게 수행해 내는 전사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한 것 같은데, 전사적 제작시스템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다. 기획편집자는 제작담당자, 마케팅 담당자, 디자이너 등에게 본문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제작담당자는 제작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 요인을 디자이너나 기획편집자에게 사전에 인지시키고, 마케팅담당자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정보(이를테면 어떤 이벤트가 걸렸을 대 따로 바코드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하는)를 제대로 제공함으로써 예상되는 실수를 사전에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쉬운 이론이 현장의 실천에서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가 된다. 이론과 실천의 이 괴리라니! 대부분의 출판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제작업체에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고 착각하고있다. 그것도 문서의 형태가 아닌 구두 형태로 제공하고서 말이다. 과연 그 정도 정보제공으로 제작사고가 방지될 수 있는 걸까? 물론 구두 지시의 한계를 느껴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는 제작자도 있다. 그러나 구두로 제작처 관리자에게 백번 다짐을 받아보라. 제작사고가 방지되나. 열이면 열, 그들은 이럴 것이다. "한두 번 장사하나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이렇게 느슨한 업무지침이 현장의 생산담당자에게까지 100% 정확하게 전달될 리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하게 이뤄져도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이렇게 부실한 커뮤니케이션 상태에서 제작 사고가 안 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게 아닐까? 더구나 제작현장에서는 원래 발주했던 업체에서 진행해야 할 작업물을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 경우 구체적인 서류 대신 구두나 전화상으로만 작업지시를 하게 되면 사고가 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그밖에 시리즈물의 경위 기존에 발행되었던 도서와 똑같이 제책해 달라고 작업지시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이럴 경우 다양한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다. 제작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한다. 문제는 얼마만큼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유능한 제작담당자는 사고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능력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정리해 보자. 제작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고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주자에게 문서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접지물 또는 견본도서를 제작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셋째,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제본 단계에서 책이 생산되는 공정을 반드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특히 신간의 경우에는 제본소에 직접 나가서 제작 담당자가 자기 두 눈으로 확잏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판의 경우에도 수정된 부분은 제작 담당자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넷째,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 마케팅부서와 협의해야한다. 신간 홍보 및 마케팅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영진이나 윗사람에게 신속하게 보고해야 한다. 사고수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대처능력이나 위기 관리능력도 중요하지만,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제목

제작사고,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순 없다.

제작 사고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건설현장의 '무사고 000일'처럼 표어를 써붙이고 제작관리를 하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오죽 좋겠는가마는 사고는 모든 사고가 그런 것처럼 너무도 쉬운 지점에서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는 형태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역설적이지만 난이도가 높을수록 제작 사고가 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제작사고를 없앨 수 없는 획기적인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애거나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앞의 글에서도 약간 언급했지만 제작사고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 내부와 외부의 모든 직원이 한 권의 도서를 진행할 때 같이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그럴듯한 말로 하면 '상호신뢰를 전제로 한 전사적 제작관리'라고나 할까.

이를테면 제 아무리 편집을 미려하게 한다거나 제 아무리 인쇄기계에 달라붙어 제 색깔을 내더라도, 바코드 번호를 잘못 기록한다거나, 필름출력 사이즈가 잘못되었다거나, 표지가 제책기계에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하면 시간과 비용은 들일대로 들이면서도 원하는 제품을 적시에 얻기가 힘들 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출판사의 시장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제작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획-편집-제작-마케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원칙이 있어야함은 물론, 매 과정에서 업무 플로가 물 흐르듯이 흐를 수 있도록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감있게 수행해 내는 전사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한 것 같은데, 전사적 제작시스템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다. 기획편집자는 제작담당자, 마케팅 담당자, 디자이너 등에게 본문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제작담당자는 제작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 요인을 디자이너나 기획편집자에게 사전에 인지시키고, 마케팅담당자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정보(이를테면 어떤 이벤트가 걸렸을 대 따로 바코드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하는)를 제대로 제공함으로써 예상되는 실수를 사전에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쉬운 이론이 현장의 실천에서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가 된다. 이론과 실천의 이 괴리라니! 대부분의 출판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제작업체에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고 착각하고있다. 그것도 문서의 형태가 아닌 구두 형태로 제공하고서 말이다. 과연 그 정도 정보제공으로 제작사고가 방지될 수 있는 걸까? 물론 구두 지시의 한계를 느껴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는 제작자도 있다. 그러나 구두로 제작처 관리자에게 백번 다짐을 받아보라. 제작사고가 방지되나. 열이면 열, 그들은 이럴 것이다. "한두 번 장사하나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이렇게 느슨한 업무지침이 현장의 생산담당자에게까지 100% 정확하게 전달될 리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하게 이뤄져도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이렇게 부실한 커뮤니케이션 상태에서 제작 사고가 안 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게 아닐까? 더구나 제작현장에서는 원래 발주했던 업체에서 진행해야 할 작업물을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 경우 구체적인 서류 대신 구두나 전화상으로만 작업지시를 하게 되면 사고가 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그밖에 시리즈물의 경위 기존에 발행되었던 도서와 똑같이 제책해 달라고 작업지시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이럴 경우 다양한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다.

제작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한다. 문제는 얼마만큼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유능한 제작담당자는 사고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능력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정리해 보자. 제작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고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주자에게 문서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접지물 또는 견본도서를 제작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셋째,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제본 단계에서 책이 생산되는 공정을 반드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특히 신간의 경우에는 제본소에 직접 나가서 제작 담당자가 자기 두 눈으로 확잏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판의 경우에도 수정된 부분은 제작 담당자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넷째,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 마케팅부서와 협의해야한다. 신간 홍보 및 마케팅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영진이나 윗사람에게 신속하게 보고해야 한다. 사고수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대처능력이나 위기 관리능력도 중요하지만,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